나무라디오 때때로 쓰고 읽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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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부에서 연극모임인 고공모로 이어지는 스토리. 일반 고등학생에서 배우로 나아가는 모습이 옛날 청소년 영화처럼 읽혀지는 책이다. 문예부 초보였지만 문학의 밤을 통해 연극의 맛을 알게 되고 학교(입시)도 제쳐 두고 연극에 빠지는 과정이 정말 흔한 영화에서 보는 청소년 성장 이야기 같지만 이상하게도 빠져들어 읽게 되는 장점이 있다. 이렇게 끝나면 해피엔딩이 아닐 것 같아 조마조마 했지만 결국 부모님의 인정도 받고 해피엔딩으로 급 마무리 함에도 재미있게 읽혔다. 소설 ‘작품’으로 생각하고 읽으면 소설로 읽히진 않는다. 이 책은 청소년 성장 수기일 듯. 책을 읽으면 충분히 중고등 학생들에게 연극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중고등학생들에게는 잘 맞으려나...? 싶었다. 내가 읽기엔 너무 번역한 문장들이 부자연스러웠고 굉장히 90년대 청소년 성장소설 같은 문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만 보자면 뭔가 성장하고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주변을 보게 되는 것들이어서 괜찮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으나 내가 읽기엔 너무 반성만 하라는 것 같아 아쉽다는 생각만 들었다. 사물을 보고 춤을 춘다는 것과 이거 안하면 넌 감옥이야라는 어쩔 수 없이 하게 만들어 놓는 요소도 좀 아쉬웠다. 중학생이 보면 굉장히 좋을 것 같다는 추천으로 읽게 되었으나 나에게는 안 맞는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아이들에게도 이런 감성이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중학생에게는 좀 비추다. ★★☆ ☆ ☆
사진만 늘어지게 많은 사진집을 생각했다면 그것은 당신의 실수! 이것은 사진집이 아닌 에세이집이기 때문이다. 사진은 그저 거들 뿐. 멋들어진 제주 사진을 생각하며 읽다가 사진보다 글이 더 많다는 것에 놀라고,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만 하는 거 아닌가...’하다가도 제주에서 만난 어르신들과의 대화와 구수하게 쓰이는 제주도 사투리에 절로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좀 더 깊은 제주도 이야기가 있어야 할 거 같은데’라며 읽다보면 어느새 작가의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빠져 읽게 된다. 심지어 작가의 어머니를 이야기 하는 부분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사진을 향한 작가의 갈망이 잘 묻어나는 이야기여서 더 가슴 절절하다. 그러다 보면 작가의 사진들도 처음엔 멋진 느낌이었다면 뒤로 가면 갈수록 아련함과 아픔이 묻어난다..
가볍게 시를 읽고 싶다거나, 엄청 많은 수식어가 필요한 시를 읽고 싶지 않다거나, 마음 편안해 지고 싶다거나 한다면 이 시집도 좋겠다. 신진철 시인은 정식으로 시를 공부한 적이 없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거의 매일매일 시를 한 편씩 쓴다. 무려 약 2년이 넘도록 말이다. 한 가지 분야에서 이토록 많이 쓰다보면 도가 트기 마련인데 일단 내가 볼 땐 시에 도는 튼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 쉬운 언어로 쓰여졌고. 일상적인 삶과 고민, 풍경이 담겼다. 그래서 일단 쉽고 재미있다. 발상도 나름 상큼해서 풋풋한 부부의 일들이 시에 잘 드러난다. 시인이 얼마나 가정적이고 부부 끼리 잘 지내는 지 시 몇 편만 읽어봐도 잘 알 수 있다. 이제까지 쓴 시가 많으니 꼭 다음 시집도 내주시길 바래본다. ★★★★☆
아스팔트 틈에서 내게 묻는 민들레 꽃 사는 게 힘들다고 쉽게 말하는데 너 진짜 힘겨워 본 적 있어? 심심한책방, 2023년
큰일났다 잠이 달아났다 새벽 세 시가 되어가는데 잠이 달아났다 어디에도 고 놈이 보이지 않는다 눈 감고 누워 기다려도 고 놈은 감감 무소식 대체 왜 그랬을까 어제 낮에 너무 한가했나 아니면 혹시 나이를 먹어 잠이 없어진 건가 설마 그럴 리가 초저녁 잠도 안 잤는데 목욕도 갔다 왔는데 저녁도 적당히 먹었는데 큰일이다 잠이 도망갔다 마루 밑 생쥐가 물고 갔나 누렁개가 낼름 먹어 치웠나 심심한책방, 2023년
오늘 점심엔 국수나 마실까 먼저 물 팔팔 끓이고 누런 국수를 살살 풀어야지 푸르륵 한 번 끓으면 찬물 반 컵 붓고 또 다시 푸르륵 끓으면 찬물 반 컵 더 붓지 국숫발이 말갛게 되면 찬물에 헹궈 식히고는 그제 남긴 깍두기 국물에 참기름 댓방울 떨궈야지 깨소금 반 숟갈 뿌리고는 맛나게 마실라네 후르륵 한 젓가락 마시면 삼분지 일이 사라지고 후르럭 또 한 젓가락에 또 삼분지 일이 줄어들테니 내 이럴 줄 알았으니 국수는 두어 줌 나마 삶아야지 오늘 점심엔 국수나 마셔야겠어 이것 저것 필요치 않고 시원한 물김치나 한 국자 붓고는 날도 점점 더워지는데 얼음이나 두어 알 얹어 놓고는 심심한책방, 2023년
나는 아프다는데 너는 바쁘다 하고 나는 털어놓고 싶은데 너는 시간 없다 하고 그래서 볼 수 없구 들을 수도 없다 하니 이게 뭐야 우리 친구라며 심심한책방, 2023년
시들어 마른 주황색 장미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정신 차리고 살아 지는 거 금방이야 서늘한 바람 불면 금방 겨울이야 심심한책방, 2023
좋은 글 쓰고 싶으면 일단 써 놓고 읽고 고치고 읽고 고치고 또 읽고 또 고치고 그러다가 맘에 들면 일단은 내겐 좋은 글 다시 남에게 읽히고 다시 고쳐서는 읽히고 고치고 읽히고 고치고 또 읽히고 또 고치고 그러다가 다른 이 맘에도 들면 비로소 자타공인 좋은 글 심심한책방, 2023년
최근에 읽은 시집 중 가장 배가 아프게 만든 시인이다. 다음 시집이 너무나도 기다려지는 시인이기도 하고 나왔다면 바로 사 읽고 싶어지는 시인이기도 하다. 원래는 예전에 한 번 읽긴 했었는데... 출판되자 마자... 이번에 수업을 위해 다시 꺼내 읽어보았다. 그리고 역시나는 역시나였다. 한 편 한편 이렇게 문장이 맛있는 시집은 흔치 않다. 보통은 시집을 엮기 위해서 몇 십편의 시를 선택하다보면 몇 편은 아쉽기 마련이거나 약간 급하게 쓴 티가 나는 시집들이 같이 묶이기 십상인데 이 책은 아쉬운 문장을 가진 시가 단 하나도 없다. 시를 공부해보고 싶은 사람에게 적극 권장하고 싶은 시집이다. 이미지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약간 고민을 하게 만드는 시가 있긴 해도 문장 하나만 놓고 보면 완벽 그 자체다. 오랜만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