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라디오 때때로 쓰고 읽는,

오늘 점심엔 국수나 마실까
먼저 물 팔팔 끓이고
누런 국수를 살살 풀어야지
푸르륵 한 번 끓으면
찬물 반 컵 붓고
또 다시 푸르륵 끓으면
찬물 반 컵 더 붓지

국숫발이 말갛게 되면
찬물에 헹궈 식히고는
그제 남긴 깍두기 국물에
참기름 댓방울 떨궈야지
깨소금 반 숟갈 뿌리고는
맛나게 마실라네

후르륵 한 젓가락 마시면
삼분지 일이 사라지고
후르럭 또 한 젓가락에
또 삼분지 일이 줄어들테니
내 이럴 줄 알았으니
국수는 두어 줌 나마 삶아야지

오늘 점심엔 국수나 마셔야겠어
이것 저것 필요치 않고
시원한 물김치나 한 국자 붓고는
날도 점점 더워지는데
얼음이나 두어 알 얹어 놓고는

 

 

 

<점심엔 국수나>
심심한책방, 202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