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라디오 때때로 쓰고 읽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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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생활 꿀팁(그러나 이미 다 알고 있는 것들)과 환경 관련 지식&상식에 짧은 일기와 만화가 어울러져 기후위기와 환경오염, 음식물 쓰레기 걱정, 쓰레기와 재활용 걱정들이 담긴 책이다. 간단하고 쉽게 읽히게끔 중간중간 만화가 그려져 있지만 나름 만화가 난해하다. 재미나 위트는 별로 없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한다, 무슨 뜻일지...; 그러다 갑자기 작가의 고양이(피콕) 관련 만화가 등장하고, 기후위기로 영구동토층에서 깨어난 고대 바이러스에 걸려 지구의 위기를 구해내지 못하고 죽은 슈퍼맨 이야기 까지... 한 줄 평을 하자면 알 듯 모를 듯 뒤죽박죽. ★☆☆☆☆
가끔 혼자 운다. 혼자 겪어야 할 몫을 그때 안다. 멜라니 사프카가 세상에서 제일 슬픈 일은 당신과 헤어지는 일이라네. 그래, 나도 당신과 헤어지기 싫어. 때로 이미자의 황포 돛대를 타고 서해 바다 언저리를 헤맨다. 혼자 있을 때, 슬픔을 슬픔이라 말하고, 분노를 분노라고 말한다. 절벽처럼 혼자일 때, 당신이 보인다. 천년의 시작, 2019
깊도록 걸어도 발등으로 번지는 물결무늬 바람 소리에 쓰러져 누워 그물망에 스스로 묶이는 너는 바다가 아니라 너는 바람이 아니라 흰머리 풀어헤친 흐느낌 아기 발바닥 사이로 스며드는 소금 울음 가늘게 떠도는 습자지처럼 은박 입힌 오랏줄 걸어 나올 수 없는 푸른 얼룩 시인동네, 2023
원산으로 가는 열차에 올라 혼자서 잠이 들었다 한 사람은 지키지 않을 약속을 하고 한 사람은 약속을 따르는 것처럼 원산으로 가는 열차는 가득 차고 옆자리는 비어 있었다 어디로든 이동하는 동안에는 잠이 쏟아진다 창밖에는 눈이 쏟아지는 것처럼 깨어나면 낯선 이가 옆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원산으로 가요 거기서 살아요 창문이 덜컹이는 방에 나란히 누워 한 사람이 천장을 가리키면 한 사람이 천장을 보는 것처럼 깨어나면 또 다른 이가 옆에 앉아 창에 기대어 졸고 있다 플랫폼에는 이불을 닮은 눈이 소복이 쌓여 있어 저기 저 열차는 바람에 흔들리는 창문 같지 이불은 차고 베개는 낮고 어느새 나타난 역무원이 호각을 불어 새들이 멀리 흩어지는 것처럼 나는 원산행 열차에 올라 잠이 들었다. 민음사, 2020
넘어져서 무릎을 다치고 난 뒤 무릎을 편애하기 시작했다 무릇 무릎이라 하면 기어서라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아픈 무릎이라도 사용하지 않으면 무르팍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불쑥 솟아난 돌의 미간 서걱거리는 잎을 달고 꼼짝 않고 서 있던 마가목 나동그라진다 나는 엎어져서 깨진 무릎을 들여다 본다 찌륵거리며 건너온다 그만 저곳으로 갔던 게 아니다 아직 마가목은 파르스름 흠칠대는 기류를 흘려보내고 있다 귀뚜라미 수염 같은 가슬가슬한 귀뚫이의 마가목 가지는 하나도 헐거워지지 않았다 흐트러지지 않았다 어떻게든 철제 난간에 저를 뻗어 걸치고 있다 무릎이 무릇 무르팍이 되기까지 콱 힘주어 일어서기까지 문학동네, 2016
점점 검정으로 번지는 저녁 노을이라도 작은 도화지에 부지런히 담아보려 애쓰는 계단 위 사람들 저녁식사는 하고들 온 건지 아님 마치고 하려는 지 괜스레 궁금하지도 않은 것이 문득 궁금하던 찰나 고양이 한 마리 운동장 한 켠에 일 보고 돌아가다 눈 마주친다 발걸음이 멈칫 걸음도 멈추고 그림 그리던 연필도 호기심에 멈칫 시간이 멈춘 듯 건너편 집 창문에 비친 구름도 숨죽은 듯 멈칫 두 눈 깜 빡 이것은 믿음의 신호 인간이 하는 고양이 말에 놀란 듯 당황한 기색이 분명한 고양이의 눈동자 어떻게 해야하나 '안녕'이라 말하지만 알아듣지 못한다는 것쯤 무척이나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역시 멈칫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건조하고 영양분 하나 없이 모든 그림자 길에 새기듯 점점 검정으로 향하는 저녁 노을아래 적..
아직 덜 폈어요 오지 마요 문학동네,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