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라디오 때때로 쓰고 읽는,

점점 검정으로 번지는 저녁 노을이라도 작은 도화지에 부지런히 담아보려 애쓰는 계단 위 사람들
저녁식사는 하고들 온 건지 아님
마치고 하려는 지
괜스레 궁금하지도 않은 것이 문득
궁금하던 찰나
고양이 한 마리 운동장 한 켠에 일 보고 돌아가다 눈 마주친다

발걸음이 멈칫
걸음도 멈추고 그림 그리던 연필도
호기심에 멈칫
시간이 멈춘 듯 건너편 집 창문에 비친 구름도
숨죽은 듯 멈칫

두 눈
깜 빡

이것은 믿음의 신호
인간이 하는 고양이 말에 놀란 듯
당황한 기색이 분명한 고양이의 눈동자
어떻게 해야하나
'안녕'이라 말하지만 알아듣지 못한다는 것쯤 무척이나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역시
멈칫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건조하고 영양분 하나 없이
모든 그림자 길에 새기듯
점점 검정으로 향하는 저녁 노을아래
적막한 호흡 흐른다

한 동안의 적막에
노을은 밤으로 물들고
우리의 긴장감 넘치는 대립은
지나가는 자동차 소리에
그렇게 허무하게 끝났다

오늘 저녁 노을 참
예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