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라디오 때때로 쓰고 읽는,

넘어져서 무릎을 다치고 난 뒤
무릎을 편애하기 시작했다

무릇 무릎이라 하면
기어서라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아픈 무릎이라도 사용하지 않으면
무르팍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불쑥 솟아난 돌의 미간
서걱거리는 잎을 달고 꼼짝 않고 서 있던
마가목 나동그라진다
나는 엎어져서 깨진 무릎을
들여다 본다

찌륵거리며 건너온다
그만 저곳으로 갔던 게 아니다
아직 마가목은 파르스름 흠칠대는 기류를 흘려보내고 있다
귀뚜라미 수염 같은
가슬가슬한
귀뚫이의

마가목 가지는 하나도
헐거워지지 않았다
흐트러지지 않았다
어떻게든 철제 난간에 저를 뻗어
걸치고 있다

무릎이 무릇 무르팍이 되기까지
콱 힘주어 일어서기까지



<무릎이 무르팍이 되기까지>
문학동네,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