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면우,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 창작과 비평, 2001

★★★★☆

지금도 문청이지만 더 어렸을 적이 있었다. 더 어린 문청이었다. 그때 나에게 충격을 준 시인들이 몇명 있었는데 손택수, 박정대, 윤지영, 유하 그리고 정말 처음 들어 본 이면우였다. 학과에 이진우란 교수님(전공이... 희곡이었던 것 같다...;)이 계셨는데 그 교수님의 형님이라고 했다. 교수님이 전공수업 중 한 번들 읽어보라며 프린팅해준 시들이 정말 너무 좋았고 이런 일상들도 시로 담길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느꼈던 순간이었다. 일상 그 자체인 시의 장면들이 한 눈에 쏙쏙 들어오는 것이 너무 신기했다. 좋아하는 시인들 나름의 이유가 있었지만 손택수는 표현력이었고 박정대는 어휘의 마술사 같은 느낌이었고 윤지영은 깔끔함이었고 유하는 유려한 언어들이었다. 한참 이후 위트있는 언어 마술사 오은도 추가 되었지만 그중 이면우는 정말 특별한 느낌이었다. 20년만에 다시 읽어 본 이면우의 시집은 그때와는 조금 달랐다. 왜 맞춤법 교정을 안해줬을까? 이걸 시적표현이라고 쳐줄 수 있을까, 나 때문에 고생하신 이노나 시인(인간과 문학 편집장:나도 오타를 꽤나 많이 썼더랬다 ㅎ)도 생각나고, 일상을 담은 시를 제외하고는 아쉬운 것들이 너무 많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가족애가 넘쳐나는 장면들이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같은 대전 출신 시인이라 더 정감가는 것도 있었고 자가출판(요샛말로 하면 독립출판)의 기적으로 불리는 시인이기도 하기 때문일 것이다. 시집 한 권 내는 게 정말 어려운 요즘 이렇게도 중앙문단으로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표본인 것이다 ㅎㅎ

유용주 시인의 발문(추천하는 글... 정도일 듯)에 이런 글이 있다. 삶은 저렇게 큰 문학이다. 유용주 시인의 말이 맞다고 본다. 우리의 삶도 이면우시인의 삶을 시로 담은 것처럼 문학으로 잘 담아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담아 표현하느냐의 문제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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