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부는 날 달맞이꽃 피었네 - 지산동고분군 위에서
순례라도 하듯 올라 온 산의 허리 바람을 맞이하였네 한 여름 할머니의 이마처럼 환하디 희게 핀 달맞이꽃 무리 노드리듯 불어 오던 나무 그늘 아래서 무를 무우라 말하던 시인의 시집을 보았네 둥그마한 흰 소의 꼬리에서 점 하나 피었네 흰 메아리가 돌아오던 땅속에서도 점 하나 피었네 시집을 들고 있던 손목의 간지럼, 점 하나 피었네 바람불어 간지러운 목 뒷덜미에서도 점 하나 피었네 생의 화려한 순간 추억하려 낙하한 곳이 마지막 계단처럼 아득한 그들에게 뿌리를 만들어주고 잎을 틔워주었네 그들 심장박동소리 깊숙히 울리었네 바람 불었네 그들은 무리지어 핀 달맞이 꽃 언저리께로 날아가 어렴풋이 화석이 되었네 바람 불어와 길이 저물었네 산 곳곳으로 달맞이꽃 피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