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울 첼란에게 시베리아 횡단 열차의 밤 내 노트북의 커서가 반짝일 때 나는 그대를 생각한다 그대가 바라보던 강물의 깊이와 그 강물이 흘러가 기르던 밤하늘의 화분에 담긴 별들을 생각한다 아무르 강을 내 오랜 기타처럼 연주하고 싶을 때가 있었다 슬픔은 검푸른 빛깔이어서 내 기타의 노래 소리 아득히 밤하늘의 별들로 이어질 거라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슬픔들이 마르면 나무들의 영혼이 됨을 이제야 알겠다 목관악기의 가을을 노래했던 어느 시인의 견고한 고독을 이제야 나는 조금 알겠다 자작나무들이 잎사귀를 흔들며 대지의 오랜친구들을 부를 때 삶은 현기증 나는 공포로부터 벗어나 바람이 연주하는 작은 음악의 위안 속에 잠길 수도 있다는 거, 이제사 알겠다 흠 있는 영혼들이 거주하는 이 지상의 거처, 흠 없는 영혼..
나무라디오
때때로 쓰고 읽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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