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찬 - 불가능한 경이

어떻게 말을 꺼내지, 어떻게 말하면 부끄럽지
않을 수 있지

​너는 책상에 앉아 있고
나는 창 너머에 서 있고

​백년째 복도를 헤매던 사람도 이제는 지쳤다고 한다

​수업 종이 울리고 선생님이 들어오시면 아이들은 일동 차렷하고 인사를 하네

​문을 열고 내가 들어가면 모두 놀라버릴 텐데
이상한 것도 놀라운 것도 이제는 버거운데

​이렇게 말해야 하지, 어떻게 말하면
경이롭지 않을 수 있지

​선생님이 수업을 시작하시면 수업이 시작되시고
나는 창 너머에서 수업을 지켜봅니다

​수업은 좋습니다 한국의 교육은 백년 동안 계속되었습니다 선생님은 선량하고 아이들은 무구합니다

​너는 판서된 것을 따라 적고
나는 창 너머에서 그것을 따라 읽고

​어떻게 말을 건넬까 어떻게 해야 모든 것을 망치지 않을 수 있을까 그 말을 하지 않고

​어떻게 그 말을 할 수 있지

​자꾸 고민하면서 
백년째 말을 걸지 못하는 내가 있고

​시간이 지나면 수업 종이 울리고 선생님이 나가시면 아이들이 복도로 밀려나오고

​복도에 서 있는 내 앞에 네가 서 있다

​손을 내밀고 있었다
무얼 하느냐고, 빨리 들어오라고



'사랑을 위한 되풀이'
창작과 비평, 2019년

Copyright 2024. GRAVITY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