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라디오 때때로 쓰고 읽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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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철
가볍게 시를 읽고 싶다거나, 엄청 많은 수식어가 필요한 시를 읽고 싶지 않다거나, 마음 편안해 지고 싶다거나 한다면 이 시집도 좋겠다. 신진철 시인은 정식으로 시를 공부한 적이 없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거의 매일매일 시를 한 편씩 쓴다. 무려 약 2년이 넘도록 말이다. 한 가지 분야에서 이토록 많이 쓰다보면 도가 트기 마련인데 일단 내가 볼 땐 시에 도는 튼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 쉬운 언어로 쓰여졌고. 일상적인 삶과 고민, 풍경이 담겼다. 그래서 일단 쉽고 재미있다. 발상도 나름 상큼해서 풋풋한 부부의 일들이 시에 잘 드러난다. 시인이 얼마나 가정적이고 부부 끼리 잘 지내는 지 시 몇 편만 읽어봐도 잘 알 수 있다. 이제까지 쓴 시가 많으니 꼭 다음 시집도 내주시길 바래본다. ★★★★☆
오늘 점심엔 국수나 마실까 먼저 물 팔팔 끓이고 누런 국수를 살살 풀어야지 푸르륵 한 번 끓으면 찬물 반 컵 붓고 또 다시 푸르륵 끓으면 찬물 반 컵 더 붓지 국숫발이 말갛게 되면 찬물에 헹궈 식히고는 그제 남긴 깍두기 국물에 참기름 댓방울 떨궈야지 깨소금 반 숟갈 뿌리고는 맛나게 마실라네 후르륵 한 젓가락 마시면 삼분지 일이 사라지고 후르럭 또 한 젓가락에 또 삼분지 일이 줄어들테니 내 이럴 줄 알았으니 국수는 두어 줌 나마 삶아야지 오늘 점심엔 국수나 마셔야겠어 이것 저것 필요치 않고 시원한 물김치나 한 국자 붓고는 날도 점점 더워지는데 얼음이나 두어 알 얹어 놓고는 심심한책방, 2023년
나는 아프다는데 너는 바쁘다 하고 나는 털어놓고 싶은데 너는 시간 없다 하고 그래서 볼 수 없구 들을 수도 없다 하니 이게 뭐야 우리 친구라며 심심한책방, 2023년
시들어 마른 주황색 장미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정신 차리고 살아 지는 거 금방이야 서늘한 바람 불면 금방 겨울이야 심심한책방, 2023
좋은 글 쓰고 싶으면 일단 써 놓고 읽고 고치고 읽고 고치고 또 읽고 또 고치고 그러다가 맘에 들면 일단은 내겐 좋은 글 다시 남에게 읽히고 다시 고쳐서는 읽히고 고치고 읽히고 고치고 또 읽히고 또 고치고 그러다가 다른 이 맘에도 들면 비로소 자타공인 좋은 글 심심한책방, 202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