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늦고 줄기를 정리해야 하는 사람은 줄기를 정리하고 있다 여름이 늦으면 늦을수록 송이로 떨어지고 있다 송이가 한낮의 틈에 끼인다 어쩐지 조금 비켜나 있다 떨어졌어야 하는 곳에서 여름내 마르지 않고 불안과 초조와 조급함으로 지나온 계절로 돌아올 것이다 능소화 한낮의 틈새에 낀다 그대로 계절을 살아남는다 너의 기억보다 오래 너의 기억보다 큰 능소화가 창작과 비평, 2022
나무라디오
때때로 쓰고 읽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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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도록 이마를 쓰다듬는 꿈속에서
○ 보다
유혜빈 - 한낮의 틈새
○ 보다
유혜빈 - Blue Room*
그녀를 사랑했다 그녀가 입을 벌리고 저 멀리 어딘가를 바라볼 때 그녀가 싫었다 나는 아무 생각도 하고 있지 않아 무슨 생각이라도 하고 있는 거냐고 물어볼 때면 쳐다보지도 않고 그렇게 말했으니까 그녀는 오지 않는 잠을 기다리며 끊어지는 것들을 꿰고는 했다 미동 없이 한참을 꿰다가 잠에 들어가던 그녀가 말했다 지금 들리는 음악이 좋아 초점을 잃은 채 멍하니 앉아 있을 때 그녀가 싫었다 꼭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 같았으니까 잠에 든 그녀가 중얼거렸다 내게 필요한 건 그저 방 한칸이야 더는 깨어나지 않아도 되는 짙고도 푸른 작은 방 * 쳇 베이커의 노래. '밤새도록 이마를 쓰다듬는 꿈속에서' 창비,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