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진 - 콩밭 Gradation

 

  너는 노랑으로 시작해 초록이 되어가는 배경이다

  노란 잎사귀에 남은 햇살 모이기 시작하면

  고요했던 새벽도 이내 비워지고

  콩밭 매던 뒷집 할매 이제 가고 없는 풍경

  들녘에 짙게 부는 노랑에서 초록의 물결 그것은

  공백에서 시작된 채움의 미학

  초록은 주변과 물들기 시작해 각기 다른 색으로 번지는 특성이 있어 그늘의 이면이 드리우면 검버섯 같은 햇살의 무늬 돋아나기 시작한다

  초록도 결국 노랑을 받아들일 수밖에

  이것은 햇살인 것인지 지평선인 것인지 아니면 어머니의 주름인 것인지 노랑은 결국 빛바랜 사진 앨범처럼 어쩌다 보아야 아름다운 장면이 된다

  초록은 노랑으로
  노랑은 추억으로 번지는 계절
  우리는 그렇게 점점 바깥으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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