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진 - 그래서, 부럽다

스트로베리 플레인 요거트 한 방울 떨어지듯
사랑을 노래하는 아이가 혼자 하는 사랑에 앓으며 방 안으로
깊어진다

​연인에 취해 어둔 밤 속 내달리는 발걸음이
세레나데 되어 귓가를 파고드는 밤
어쩌면 아이의 눈동자를 따라 저 달도 휘영청 달 밝은 밤을 꿈꾸는 지
그토록 바라던 연인과의 발걸음 따라
어둔 밤을 끄적이며 달은 점점 시가 되고 있다

​온갖 사랑도 모든 이별도 되새김질 하듯
그 밤 다 새도록
형광등 위로 내려앉고 있다

​(교태를 부리듯 수줍게, 한 점 부끄러울 것 없는 목소리로)
수줍게 웃는 ‘아, 이가’ 배시시 연신 분홍으로 빛난다

​부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노트위에 써내려가던 단어들처럼 조심스레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듯 사랑에 젖어든다

​사랑은 참으로 아름다운 일이나
밤은 깊고 어두우니
아이는 어서어서 새나라 새 일꾼 되기 위해 잠이 들어야 한다
아이는 그러할 나이이고 그 나이는 그래서 아름답다

​그래서,
부럽다

​나도 아이인 적이 있었고
가끔은
없던 당신의 손도 마주 잡고 싶다

​달빛으로 쓰인 노트가
참, 고요하다



계간 '인간과 문학'
가을호. 2019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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