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참 - 밤에 쓰는 편지

떨어진 호박잎 아래 청개구리 잠드는 잠. 내 튼튼한 뼈에 구멍 뻥뻥 뚫고 알록달록한 거미들 알 스는 시간. 숨쉴 때마다 흙탕물 넘쳐흐르는 내 몸속 저수지 억새 가득한 둑에 누워 서른아홉의 내가 슬픔에 잠기는 시간. 올빼미 두 마리 앉아 있는 동백나무 아래로 죽은 사람들이 몰려오는 시간. 무표정한 얼굴을 한 그들이 잦은 기침을 하며 내 몸속 깊은 저수지를 헤엄치는 커다란 물고기를 바라보는 시간.



'그녀는 내 그림 속에서 그녀의 그림을 그려요'
문학동네,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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