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네요
그이의 흔적으로 가득했던 창문을 닦아내니
어느덧
봄은 나에게로 쏟아지기 직전입니다
창문을 열고
휘파람을 불어요
밖으로 휘파람을 세 번 불면
시원하고 봄 내음 가득한 바람이 불어오죠
휘파람을 불면 바람을 붙잡을 수 있을 거라 믿었어요*
하지만 바람은 지나가는 문장처럼
읽어도 묻어나지 않아요
분명 볼을 타고 내게로 왔던 기억이 있거든요
가끔은 꿈일 거라 생각했지만
꿈도 가끔은 생각나지 않는 나이다보니
읽었던 문장을 또 읽듯
왔던 봄바람을 그리워하며 여름바람을 맞이하기도 해요
그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난 아파하지 않을 거라서요
봄을 만끽할겁니다
어차피 금방 또 잊을 거니까요
* 이제니 <구름에서 영원까지> 中
계간 '인간과 문학'
2022, 여름호
김수진 - 봄 만끽
●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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