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라디오 때때로 쓰고 읽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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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라는 그늘 나는 밤 이야기가 시작되지 않은 애써 외면되던 허무한 바람의 뒤편 이토록 씁쓸했던 계절이 또 있었을까 너라는 그늘 복잡한 길 위의 겉면 껍데기 훌훌 벗고 집으로 향하다 너라는 나무 나는 낮 한 낮의 낯선 뒷면 타오르는 루드베키아의 향기는 그다지 멀리 가지 못하지 나무의 그늘도 마찬가지 네 발가락까지 늘어지지도 못하지 언젠간 바닥으로 스며들 너는 허물 너라는 나무 너였던 건 이미 바람에 날려 가버리고 말았지 낮의 포효 치열하게 울리는 오후 2시라는 골목 점처럼 찍히던 한 잎 두 잎의 열기 담벼락 위로 타고 오르지 나무인 줄 알았던 풀의 냄새 풀풀 나 길 잃은 채 해매이던 나비의 날.갯.짓 너는 참 너라는 사람 나는 참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고 나는 참 뭐라고 얘기해야 할까 나는, 참 '청년문..
봄이 오네요 그이의 흔적으로 가득했던 창문을 닦아내니 어느덧 봄은 나에게로 쏟아지기 직전입니다 창문을 열고 휘파람을 불어요 밖으로 휘파람을 세 번 불면 시원하고 봄 내음 가득한 바람이 불어오죠 휘파람을 불면 바람을 붙잡을 수 있을 거라 믿었어요* 하지만 바람은 지나가는 문장처럼 읽어도 묻어나지 않아요 분명 볼을 타고 내게로 왔던 기억이 있거든요 가끔은 꿈일 거라 생각했지만 꿈도 가끔은 생각나지 않는 나이다보니 읽었던 문장을 또 읽듯 왔던 봄바람을 그리워하며 여름바람을 맞이하기도 해요 그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난 아파하지 않을 거라서요 봄을 만끽할겁니다 어차피 금방 또 잊을 거니까요 * 이제니 中 계간 '인간과 문학' 2022, 여름호
아침에 일어나 오래도록 바라본 천장을 매트삼아 한바탕 눈으로만 요가를 해도 아무도 모르는 일 ​아침밥은 이것이 지청구인지 토끼풀인지 쇠고들빼기인지 모를 풀을 똑 똑 모가지만 따 쫑쫑 쓸어 찬밥에 고추장 참기름 쓱쓱 비벼 먹어도 되는 일 ​아무것도 심지 않은 텃밭에서 민들레 이파리 뜯어 찬물에 담가놓고 살짝 데쳐 된장 조금 들기름 조금 으깬 마늘 조금 조물조물 먹어도 되는 ​따스한 햇볕 들어 나무 아래 그림자 채워지면 그제야 옹기종기 모이시는 동네 할머니들과 농담을 밥 먹듯 먹으며 한바탕 웃어도 좋을 일 ​들고양이가 레오라도 되는 듯 뛰놀던 밀림이 아니라 뒤꼍에서 ‘얘들도 분명 이름이 있을 텐데 미안’을 되뇌며 흙색으로 바래버린 목장갑에 생을 마감하는 풀들을 정리하느라 오후 내내 시간을 보내도 괜찮은 ​그..
바람이 불어와 계절이 순서 없이 흩날리는 날이면 몇번이고 울컥해서 쑥스러이 바깥은 서성이네 밤을 걸었고, 그 길의 끝엔 엄마와 아빠 그리고 두 살위 형과 함께 살았던, 종이 2장에도 즐거운 꿈꾸며 2층집도 그리고 날아다니는 자동차도 그리며 더 없이 행복했던 둔산동 단칸방 그곳이었네
​우리는 늘 어디로 가야할지를 고민하며 사는게 일상이다. 오죽하면 선택장애란 말까지 만들었을까? 그럼에도 우리는 늘 없는 길도 가봐야 한다 말한다. 정작 자신은 가보지도 않았으면서 말이다. 이것은 우리가 사는데 가장 큰 아이러니일 듯 하다. ​"난 해보지 않았지만 너 해볼 수 있잖아." ​같은? 일종의 내로남불 같은 거랄까? 과연 이건 뭐라고 해야할까.
이모와 사촌동생 그리고 엄마와 함께 다녀온 짧은 여름 휴가 겸 물놀이 or 나들이 엄마는 잘 지내고 계신걸까... 매번 엄마와의 짧은 시간을 보내고 제천으로 돌아오는 날이면 엄마가 너무 쓸쓸해 하시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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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 흘리는 눈물은 제법 알 굵은 호박색이랍니다
손톱 밑이 더럽다고 느꼈을 땐 계절 하나가 사라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