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라디오 때때로 쓰고 읽는,

쿨러안엔 한 마리 뱀이 살고있어
내벌름 허벌름 도사리는 서늘함 내뱉으며
먹이를 끌어댕기는 뱀이
치마가 짧은 어랜 새앙쥐 한 마리가
냉장고에 들어왔지
침을 꾸울떡 삼키고 아가리를 쫘아악 벌렸지
그런데 잽싸더군
대추알이랑 알로에를 빼내고는 눈치 챈 듯
냅다 달리더라고
그 꼴을 보니 뱀은 무얼 먹고 사나싶더군
쿨러 천장에 박힌 이슬이라도 마시는 걸까
그래서 먹이도 못 잡아먹는 정확한 코를 가진 것인지도 모르겠어
그럼 저 움직이는 것이 먹이를 유인하는 것이 아니라
이슬을 마시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지
이 여름 그 쿨러의 뱀은 쫄쫄 굶게 생겼군
안된 것 같으니 내가 그 놈의 먹이라도 되어 줄까
그 놈의 먹이라도 되어
나도
비틀비틀 비틀즈나 되어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