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라디오 때때로 쓰고 읽는,

kuzu vine [인간]<남자> 대전지역 의류업체 생산관리과의 낙하산 덩굴덩굴성 다년생 인간으로 몸의 길이는 177cm이며 입은 어긋나고 턱은 두 쪽 겹턱이다 지난 8월 8년 만에 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는 있는 빽 없는 빽 총동원하여 입사한 상태다 지금 막 졸업한 사회초년생이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벨트 위 뱃살은 양 옆으로 7~8cm 두께로 길쭉하고 넓적한 모양으로 협과이다. 굵은 털 한 올 없는 허술한 머리체계는 어쩔 수 없고 12월이나 1월엔 없는 올마저 처량하게 서리를 맞는다

주로 보문산 기슭 양지빌라에서 자생하는데 서구 중구 유성구 대덕구 동구 등지에도 두루 분포하며 추위에도 강하지만 염분이 많은 생산공장에서도 잘 자란다 토요일 밤엔 대전 도심지나 서구 둔산동 등에서 발견되기도 하는데 이는 상당히 드문 케이스이다

부분은 집 앞 편의점에서 4개에 1만원이나 하는 세계맥주를 무려 2만원어치를 구입하는 호사와 함께 어둠의 경로를 통해 밤늦게까지 방구석에 뿌리를 내리고 영화를 감상한다 이파리는 잔뿌리를 끌어안아 바람이라도 부는 듯 흐느끼고 잔뿌리에서는 하이얀 진액이 나온다

8월엔 늘 꿈꾸었던 첫사랑을 만나
붉은빛이 도는 자주색의 설렘 가득 꽃을 피우기도 하였으나
늦여름 첫사랑의 청첩장을 받던 밤에는 태풍 같은 눈물이 하도 불어 수많은 이파리들이 흐느끼기라도 하듯 하이얀 진액만을 뿜어내었다 하이얀 진액으로 밤꽃냄새 가득 찬 액즙을 만들기도 하는데 액즙을 뽑아내는 과정은 자양강장제 등 건강식품을 이용하기도 하였다

양지빌라 창문위로 노을이 붉게 혹은 달콤하게
주말의 흔적이 걸려있을 즈음
오늘도 쿠주바인씨의 얇은 신음 소리가 양지빌라 외벽을 타고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