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라디오 때때로 쓰고 읽는,

씹히고 짓이기고 나서야 배춧잎 위에 피어난 꽃
이제야 잊혀 질 준비를 끝마쳤다

꼭꼭 씹어 기억해 달라 울부짖지도 않았다
너만을 위한 풍미만을 더했을 뿐 다만 그 뿐
그래서 너를
더 그리워하기로 했다

한 팩에 깔끔하게 벗겨져 채워졌던 너의 육체 그것은 자신감
매끄럽도록 알싸한 너라는 품
움켜잡고 쓰다듬듯 훑어 내려가는 손결
도마 위에 누워 나의 손을 힘껏 당김
잠기는 눈 밤 그리고 빛과 결 커튼 끈적 진액이 손에 흥건
황홀
지고 있던 노을만큼 황홀한 순간
너를 보낼 수 없어 가끔은 눈물도 흘렸다

너의 생은 아름다워서
마지막 순간은 늘 아름다운 것이어서
마지막에 비로소
너는 꽃이 되었다

너는 늘 초록 밭을 꿈꾸었다
스며들 듯 잠든
하얀 눈


옹기종기 둘러앉은 저녁 식사 자리
식탁 위 가운데 뚝배기 안에 피어 있던 꽃은
오늘도 할짝
혀끝에 피어 계곡으로 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