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라디오 때때로 쓰고 읽는,

파도를 쌓아 만든 입구
서성이는 빗소리에 가만히 서
기다리던 발자국

바람은 고요하게 일렁이다 아무는 고요

당신에게 흐르던 겨울의 흔적
당신과 함께 하고 싶었던 섬에서 맞이하는 파도를 닮은 
하얀 꽃비 내리던 바다

어디에도 없던 당신이라는 문장으로 읽히는
책을 발견하곤 가슴이 멈춘 듯 흥분

꽃피운 입술로 만개하던 동백
잊을 수 없어 걷던 길을 계속 걷기만 했다

지면서도 이름다웠던
수많은 사랑의 흔적으로 스며들던
기억들마저
그렇다고 당신만큼
그립지는 않았다

언젠가는 함께 할 수 있을까
지워지는 걸음보다 읽혀지는 문장이 더 아름답도록
바람은 거세어지고 파도는 짙어져만 갔다

알고는 있을까

바람이 깊고도 아늑하다는 것을
소리를 읽으면 풍경이 사무치게 그리워진다는 것을
내딛는 걸음마다 점점
기억이 저물어 간다는 것을
당신도 그렇게 지워지고 있다는 것을

문득 당신은 그리워진다.



*밤수지맨드라미 : 제주 우도의 책방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