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라디오 때때로 쓰고 읽는,

절 마당에 떨어진 꽃잎이
바람 가는 쪽으로 몰려간다
천도제 끝난 봄날이다
처마밑 틈새로 새가 들어가자
울음이 쏟아진다
생사의 길에 구르는 명랑
슬플 것도 기쁠 일도 아닌 듯
검은 소복 여인의 치맛자락에
민들레 꽃씨가 날린다
죽음은 멀리 가는 것
가서 돌아오지 않는 바람처럼
할 말은 많았지만
지금은 내안의 울음을 다독일 때
지는 꽃잎에도 눈물이 난다
천도를 건너는 그대 눈물자국만 흥건하다
가끔 사는 게 뭐냐고 물었지만
구름은 먼 산 넘어가고
하루도 저물어 서쪽엔 노을이 든다
다음에 올게요
산문을 나서는데
다음이라는 말이 기약 없이 화두처럼 따라온다
절 마당에 떨어진 꽃잎이
바람을 따라간다



<다음이라는 말>
달아실,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