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라디오 때때로 쓰고 읽는,

고요히 앓던
어린 마음이 순하게
떠나려나보다.

분명 문제가 있었어.
혼자 돌아다니는 게 수상쩍었어.
그 눈빛이

단감, 단감
하루에 딱 한 시간
누렇게 바랜
한자 많은 옛날 책
갈피 새 누웠다 간다.
다 읽지도 못하고

이상한 마음이었어.
밤에 자꾸 나가게 하는
달리게 하는
어둠 속에서 물러가는 그건,뿌리.
아무도 안 봐.

단감, 단감
갈래갈래 갈라지는
하나의 목소리.
툭하면 굵은 가지도 부러트려주었던
억센 나무야, 착하다.
고맙다.
이제 그만 놓아줘.

단감, 단감
부서진 조각을 묻어도
부드럽고 둥근 불꽃으로
다시 자라나.

내게 올래?
나를 지켜줄래?
전부 다 잊어버릴래?
너를 쪼아먹을까?
너를 말려 먹을까?

단감, 단감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와.
오늘 나는 글자를 다 잊었어.
까악까악 울고 있어
내 뱃속엔 아무것도 없어.



<오믈렛>
문학동네,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