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라디오 때때로 쓰고 읽는,

낑깡을 얼마나 크게
한 입 베어 물어야
얼떨결에 슬픔도 삼켜질까요

그리고 어찌해야 그 슬픔은
자신이 먹혀버린 줄 모를까요

노을이 추운지
희끗희끗 몸을 떠네요

떠는 건 진심이지요
겨울이면 누구나 겪는 일이지요
생각으로는 어찌 될 수 없는 일이지요

이렇게 횡설수설하며 걷다보면
횡설수설을 들려주고 싶은 집 앞에
도착하지요

집 앞에 서니
집이 참 멀어 보입니다

진심이란, 집 안에 없고
내 안에 있기 때문이지요
집이 여전히 멉니다

진심은 없던 일이 될 수 있지만
집은 그럴 리 없어서지요

싹부터 시작된 집이 있다면
내가 원하지만 차라리
모르고 사는 게 나아요

싹부터 시작된 모든 것들은
온종일 곁에 두면 서로 멍만 드니까요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문학동네,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