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라디오 때때로 쓰고 읽는,
가슴에 담고 싶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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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 쉬는 날에서 샀던 시집. 왠만한 책만 파는 곳으로 가면 있던 박준 시집 말고 정말 우연하게 걸려든 시집인 것이다. 시간 내기 정말 어려운 기말주간이지만 그래도 이 한 권 잘 읽어주지~ ㅎㅎ
당신이 결혼 따위 생각하지 않는 여자였으면 좋겠어 우리 그냥 연애만 하자 사랑이 현실에 갇히는 건 끔찍해 결혼은 천민들의 보험일 뿐이야 진부해 그냥 연애만 하자 서로의 눈을 바라보자구 구속하는 일 따위 구역질난다 서로의 사생활을 존중해야지 밤에 내게 전화하는 건 구속받는 기분이어서 싫더라 주말에 약속 잡는 사람들 정말 이해할 수 없어 정서적 난민 같아 주말엔 책을 읽고 음악을 들어야지 당신은 내게 뭔가 요구하지 않을 사람 같아서 참 마음에 들어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사랑은 폭력이야 천박해 그러니 우리 쿨하게 연애하자구 참, 내가 전화 받기 곤란할만큼 바쁜 사람이란 거 알지? 전화는 항상 내가 먼저 할게 사랑해 이런 느낌 처음인 것 같다 우리 좀 더 일찍 만날 걸 그랬지? 문학과 지성사, 2010
차마 어쩌지 못하고 눈발을 쏟아내는 저녁 하늘처럼 내게도 사랑은 그렇게 찾아오는 것이다 밀린 월급을 품고 귀가하는 가장처럼 가난한 옆구리에 낀 군고구마 봉지처럼 조금은 가볍고 따스해진 걸음으로 찾아오는 것이다 오래 기다린 사람일수록 이 지상에서 그를 알아보는 일이 어렵지 않기를 기도하며 내가 잠든 새 그가 다녀가는 일이 없기를 기도하며 등불 아래 착한 편지 한 장 놓아두는 것이다 그러면 사랑은 내 기도에 날개를 씻고 큰 강과 저문 숲 건너 고요히 내 어깨에 내리는 것이다 모든 지나간 사랑은 내 생애에 진실로 나를 찾아온 사랑 아니었다고 말해주는 것이다 새처럼 반짝이며 물고기처럼 명랑한 음성으로 오로지 내 오랜 슬픔을 위해서만 속삭여주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깨끗한 울음 한 잎으로 피어나 그의 무릎에 고단했..
추억에는 온종일 비가 내리네 도립병원 철조망 아래 우리 집은 그 여름이 다 가도록 비에 잠기고 생각에 잠긴 지붕마저 선착장 유람선처럼 흘러가고 빚쟁이도 고지서도 쳐들어오지 않는 날들은 평화로웠네 비가 오면 조금씩 흘러가 마침내 주소마저 지워져버리는 우리 집 서쪽에는 항상 시청 철거반 합숙소가 있고 일요일 오후에 건빵 가져다주던 박 대위 아저씨 하숙이 있고 우리 큰누나 재봉틀에 매달려 일하던 모자 공장 그 건너 방죽에는 패랭이꽃 달맞이꽃 온갖 주인 없는 꽃들이 피어 갈 데 없는 마음들과 놀아주었네 백동전 서너 개만 가질 수 있으면 좋으련만 나는 소년중앙 별책 부록을 끼고 차창에 기대 먼 곳을 바라보는 도회의 유복한 소년처럼 한나절만이라도 벗어날 수 있기를 소망했네 조치원역에서 내려 짜장면 한 그릇만 먹어봤..
나는 빈 들녘에 피어오르는 저녁연기 갈 길 가로막는 노을 따위에 흔히 다친다 내가 기억하는 노래 나를 불러 세우던 몇 번의 가을 내가 쓰러져 새벽까지 울던 한 세월 가파른 사랑 때문에 거듭 다치고 나를 버리고 간 강물들과 자라서는 한번 빠져 다시는 떠오르지 않던 서편 바다의 별빛들 때문에 깊이 다친다 상처는 내가 바라보는 세월 안팎에서 수많은 봄날을 이룩하지만 봄날,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꽃들이 세상에 왔다 가듯 내게도 부를 수 없는 상처의 이름은 늘 있다 저물고 저무는 하늘 근처에 보람 없이 왔다가는 저녁놀처럼 내가 간직한 상처의 열망, 상처의 거듭된 폐허, 그런 것들에 내 일찍이 이름을 붙여주진 못하였다 그러나 나는 또 이름 없이 다친다 상처는 나의 체질 어떤 달콤한 절망으로도 나를 아주 쓰러뜨러지는..
당신이 알아볼 수 있도록 세상에서 가장 큰 글씨로 내 이름을 써두곤 했다 당신만 알아볼 수 있도록 세상에서 가장 깊어진 글씨로 내 이름을 써두곤 했다 나 혼자 노을 속에 남겨져 길이 보이지 않을 때에는 당신 맨 처음 바라보라고 서쪽 하늘 가리키는 손가락 끝에 청동의 별 하나를 그려두기도 하였다 때로는 물의 이름을 때로는 나무의 이름을 때로는 먼 사막의 이름을 쓰기도 했다 지붕이 자라는 밤이 와서 하늘이 내 입술과 가까워지면 푸른 사다리 위에 올라가 가장 깨끗한 언어로 당신의 꿈길을 옮겨 적기도 하였다 내 노래에 귀를 기울이는 물고기 한 마리 우산을 쓰고 지평선을 넘어오는 자전거 하나 밤과 새벽을 가르는 한 올의 안개마저 돌아와 아낌없이 반짝이곤 했다 아무도 그 이름 부르지 말라고 세상에서 가장 작은 글씨..
그대를 처음 보았을 때 내 삶은 방금 첫 꽃송이를 터뜨린 목련나무 같은 것이었다 아무렇게나 벗어놓아도 음악이 되는 황금의 시냇물 같은 것이었다 푸른 나비처럼 겁먹고 은사시나무 잎사귀 사이에 눈을 파묻었을 때 내 안에 이미 당도해 있는 새벽안개 같은 음성을 나는 들었다 그 안개 속으로 섬세한 악기처럼 떨며 내 삶의 비늘 하나가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곧 날이 저물었다 처음 세상에 온 별 하나가 그날 밤 가득 내 눈썹 한끝에 어린 꽃나무들을 데려다주었다 날마다 그 꽃나무들 위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문학과 지성사, 2010
옛사랑 여기서 얼마나 먼지 술에 취하면 나는 문득 우체국 불빛이 그리워지고 선량한 등불에 기대어 엽서 한 장 쓰고 싶으다 내게로 왔던 모든 이별들 위에 깨끗한 우표 한 장 붙여주고 싶으다 지금은 내 오랜 선열의 손금 위에도 꽃이 피고 바람이 부는 시절 낮은 지붕들 위로 별이 지나고 길에서 늙는 나무들은 우편배달부처럼 다시 못 만날 구름들을 향해 잎사귀를 흔든다 흔들릴 때 스스로를 흔드는 것들은 비로소 얼마나 따사로운 틈새를 만드는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이별이 너무 흔해서 살아갈수록 내 가슴엔 강물이 깊어지고 돌아가야 할 시간은 철길 건너 세상의 변방에서 안개의 입자들처럼 몸을 허문다 옛사랑 추억 쪽에서 불어오는 노래의 흐린 풍경들 사이로 취한 내 눈시울조차 무게를 허문다 아아, 이제 그리운 것들은 모..
그대를 사랑할 때 내 안에 피어 나부끼던 안개의 꽃밭을 기억합니다 세상에 와서 배운 말씀으로는 이파리 하나 어루만질 수 없었던 안타까움으로 나 그대를 그리워 하였습니다 나무들이 저희의 언어로 잎사귀마다 둥글고 순한 입술을 반짝일 때 내 가슴엔 아직 채 이름 짓지 못한 강물이 그대 존재의 언저리를 향해 흘러갔습니다 마침내 나는 그대 빛나는 언저리에 이르러 뿌리가 되고 꽃말이 되고 싶었습니다 꽃밭의 향기와 강물의 깊이를 넘어 밤이 오고 안개를 적신 새벽이 지나갔습니다 내 그리움은 소리를 잃은 악기처럼 속절없는 것이었으나 지상의 어떤 빛과 기쁨으로도 깨울 수 없는 노래의 무늬 안에 꿈꾸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썩어 이룩하는 무늬, 이 세상 모든 날개 가진 목숨들의 무늬, 그 아프고 투명한 무늬를 나는 기뻐하였습니..
쿨러안엔 한 마리 뱀이 살고있어 내벌름 허벌름 도사리는 서늘함 내뱉으며 먹이를 끌어댕기는 뱀이 치마가 짧은 어랜 새앙쥐 한 마리가 냉장고에 들어왔지 침을 꾸울떡 삼키고 아가리를 쫘아악 벌렸지 그런데 잽싸더군 대추알이랑 알로에를 빼내고는 눈치 챈 듯 냅다 달리더라고 그 꼴을 보니 뱀은 무얼 먹고 사나싶더군 쿨러 천장에 박힌 이슬이라도 마시는 걸까 그래서 먹이도 못 잡아먹는 정확한 코를 가진 것인지도 모르겠어 그럼 저 움직이는 것이 먹이를 유인하는 것이 아니라 이슬을 마시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지 이 여름 그 쿨러의 뱀은 쫄쫄 굶게 생겼군 안된 것 같으니 내가 그 놈의 먹이라도 되어 줄까 그 놈의 먹이라도 되어 나도 비틀비틀 비틀즈나 되어볼까
모기를 기록한다 삶을 기록하는 것이다 슬퍼했으리라 가까이 봐야만 아픈 상처를 휴지로 닦아주고 나니 다리를 가지런히 포개어 마침표를 찍는다 흐려지는 흔적을 안고 필사의 탈출을 감행했으리라 필름이 스친 자국을 남기며 모기는 스스로 기록되었다 봄과 여름 사이 날씨 어둠 그해 첫 철쭉이 노트위에 피었다 아무런 체취도 남기지 않은 체
순례라도 하듯 올라 온 산의 허리 바람을 맞이하였네 한 여름 할머니의 이마처럼 환하디 희게 핀 달맞이꽃 무리 노드리듯 불어 오던 나무 그늘 아래서 무를 무우라 말하던 시인의 시집을 보았네 둥그마한 흰 소의 꼬리에서 점 하나 피었네 흰 메아리가 돌아오던 땅속에서도 점 하나 피었네 시집을 들고 있던 손목의 간지럼, 점 하나 피었네 바람불어 간지러운 목 뒷덜미에서도 점 하나 피었네 생의 화려한 순간 추억하려 낙하한 곳이 마지막 계단처럼 아득한 그들에게 뿌리를 만들어주고 잎을 틔워주었네 그들 심장박동소리 깊숙히 울리었네 바람 불었네 그들은 무리지어 핀 달맞이 꽃 언저리께로 날아가 어렴풋이 화석이 되었네 바람 불어와 길이 저물었네 산 곳곳으로 달맞이꽃 피었네
kuzu vine [인간] 대전지역 의류업체 생산관리과의 낙하산 덩굴덩굴성 다년생 인간으로 몸의 길이는 177cm이며 입은 어긋나고 턱은 두 쪽 겹턱이다 지난 8월 8년 만에 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는 있는 빽 없는 빽 총동원하여 입사한 상태다 지금 막 졸업한 사회초년생이라고 보기 어려울 만큼 벨트 위 뱃살은 양 옆으로 7~8cm 두께로 길쭉하고 넓적한 모양으로 협과이다. 굵은 털 한 올 없는 허술한 머리체계는 어쩔 수 없고 12월이나 1월엔 없는 올마저 처량하게 서리를 맞는다 주로 보문산 기슭 양지빌라에서 자생하는데 서구 중구 유성구 대덕구 동구 등지에도 두루 분포하며 추위에도 강하지만 염분이 많은 생산공장에서도 잘 자란다 토요일 밤엔 대전 도심지나 서구 둔산동 등에서 발견되기도 하는데 이는 상당히 드문..
그녀는 습관처럼 말하곤 했다 베란다에서 내려다보는 밤 어때요 나는 화려해 보이던데 하지만 늘 우울해 보이는 건 왜일까요 조용한 거리에 초점 잃고 흔들리는 가로등이 가끔은 애처로워 보일 때 가로등 켜진 길을 따라 가보면 언제든 나타나는 편의점들 긴 여름 밤 아니 따지고 보면 짧은 여름 밤 한 쪽 어깨를 달래기 위해 마셨던 캔 맥주 한 잔이 그리워지는 시원-하게 마셔주고 한 대 꼬나물며 지나가는 사람들 정수리 보며 툭 내뱉는 말 어휴, 좋-을 때다 겨울로 가는 계절과 시간은 늘 좋을 때지 하지만 없는 건 이미 지나간 버스인거야 유행 지난 개그코드인거지 그래서 어쩔거야 어쩌긴 어째 어째하다 보면 째버리는 거지 째째해 보이겠지만 말야 hoot
누가 뒷목이나 탁! 쳐줬으면 좋겠다 TV 드라마 장면 속 낮술 취한 그니들처럼 그렇게 슬쩍 바닥으로 몸을 내던지는 뙤약볕처럼 엎어지고 싶었다 한 때 내가 걸어가야 하는 길에서 누군가 갈피를 잡아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고 신입을 구한다며 경력을 요구하는 현실을 비판한 적도 있다지만 이제는 흔한 진실 속 루머들처럼 머릿속에서 뒤 섞여 이제는 보지도 않는 고등학교 졸업앨범처럼 기억마저 각색되고 산산이 부서져 잊히는 요즘. 아이들은 언제나 좋아요 웃음과 함께 내뱉는 상스러운 욕들도 친근하죠 종종 싫은 아이들도 있어요 그렇다고 내칠 수는 없잖아요 우리 아이들인 걸요 품어줘야죠 그냥 학생이 아닌 우.리. 아이들인거잖아요 수업시간 보다 일과 중 쉬는 시간이 길어지기만을 원하는 우리의 아이들인 걸요 오늘 점심시간..
지나치게 생각하기, 과거 후회하기, 물을 안 마심, 안 움직임, 한 번에 많은 일을 함... 전에는 7개였었는데... 지금은 5개 ㅎ 좀 줄었다 ㅎㅎ
손쌤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이름 세상에서 가장 배부른 웃음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인사 살루톤(Saluton)!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존재 세상에서 가장 빼곡한 책상 세상에서 가장 변함없는 패션 당신은 간디의 살아있는 역사 그리고 간디의 보배 당신은 간디의 조상님 그런 당신은 진정한 간디인 당신이 있는 간디학교는 늘 즐겁습니다 당신의 간디살이 20주년을 축하합니다! 김명철 대표님 월악 영봉의 기개와 하설산의 넉넉함을 품고 스무살의 간디학교와 함께 걸어 온 길 여전히 넉넉한 당신의 품안에서 봄꽃 여름풀잎 가을나무 겨울 눈송이 사계절 내내 함께여서 행복합니다 언제든 어디서든 당신은 간디인! 간디의 부모로 언제까지나 영원히! 당신의 간디살이 20주년을 축하합니다! 양희창 쌤꺼 당신은 어린왕자 나는 당신의 장미..
커피는 주인 할머니가 빵봉지처럼 널부러진 동네 가겟방으로 가 구매합니다 식후 30분 일일삼회로 복용하셔야 합니다 각각 한 봉씩 화분에 넣고 따뜻한 햇살로 잘 개어줍니다 화분을 왼손에 들고 창가로 가 다소곳하게 창틀에 기대어 서 줍니다 오른손은 반드시 왼손 팔꿈치를 사랑해주어야 합니다 고개를 잠시 숙였다가 다시 천천히 들어주시고 각도는 70도 눈은 창문 밖 먼 하늘을 바라봅니다 소량으로 천천히 복용하셔야합니다 네 모금 째에는 밖을 한 번 바라 봐 줍니다 눈부신 듯 약물이 식도를 타고 넘어가는 것이 느껴질 때 잠시 쉬었다 고개를 돌리고 몸을 그 다음 움직여 부엌으로 갑니다 찻잔을 닦아 물기를 제거 하신 후 찬장에 살며시 놓아줍니다 마지막으로 양손에 묻은 물기를 털어주시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시면 됩니다
저들의 맨 처음도 같았을 까 스치는 걸음처럼 문득 불어오는 바람에 그녀의 입김이 서려있었음을 감지하는 일은 무척 쉬운 일이었다고 회상하는 것 때로는 떨어지는 낙엽도 때때로 꽃처럼 붉은 법 때로는 시시각각 찾아오는 불안감에 몸서리치는 일 해질 녘 오랜만에 바라 본 하늘 온 벽으로 번지는 노을이 안쓰럽다 시간은 새벽을 향해 내달리는 중 그는 또 다시 일어날 지 기억의 저 편으로 걸어들어갈 지 고민 하는 중 먼저 떨어진 새벽의 땀 방울은 벌써부터 땅 위에 흔적을 남겼다지만 늘 처음의 것들은 낯설지만 금세 익숙해지기 마련 앞에서 걸었을 걸음의 첫 걸음은 어느 방향이었는지 아무도 모를 일 차라리 누가 이 쪽 방향이 정문이라고 말해주기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막막하기만 한 생각 네 엄마 아뇨 감기에 걸린 것 같아요 약..
씹히고 짓이기고 나서야 배춧잎 위에 피어난 꽃 이제야 잊혀 질 준비를 끝마쳤다 꼭꼭 씹어 기억해 달라 울부짖지도 않았다 너만을 위한 풍미만을 더했을 뿐 다만 그 뿐 그래서 너를 더 그리워하기로 했다 한 팩에 깔끔하게 벗겨져 채워졌던 너의 육체 그것은 자신감 매끄럽도록 알싸한 너라는 품 움켜잡고 쓰다듬듯 훑어 내려가는 손결 도마 위에 누워 나의 손을 힘껏 당김 잠기는 눈 밤 그리고 빛과 결 커튼 끈적 진액이 손에 흥건 황홀 지고 있던 노을만큼 황홀한 순간 너를 보낼 수 없어 가끔은 눈물도 흘렸다 너의 생은 아름다워서 마지막 순간은 늘 아름다운 것이어서 마지막에 비로소 너는 꽃이 되었다 너는 늘 초록 밭을 꿈꾸었다 스며들 듯 잠든 하얀 눈 꽃 옹기종기 둘러앉은 저녁 식사 자리 식탁 위 가운데 뚝배기 안에 피..
파도를 쌓아 만든 입구 서성이는 빗소리에 가만히 서 기다리던 발자국 바람은 고요하게 일렁이다 아무는 고요 당신에게 흐르던 겨울의 흔적 당신과 함께 하고 싶었던 섬에서 맞이하는 파도를 닮은 하얀 꽃비 내리던 바다 어디에도 없던 당신이라는 문장으로 읽히는 책을 발견하곤 가슴이 멈춘 듯 흥분 꽃피운 입술로 만개하던 동백 잊을 수 없어 걷던 길을 계속 걷기만 했다 지면서도 이름다웠던 수많은 사랑의 흔적으로 스며들던 기억들마저 그렇다고 당신만큼 그립지는 않았다 언젠가는 함께 할 수 있을까 지워지는 걸음보다 읽혀지는 문장이 더 아름답도록 바람은 거세어지고 파도는 짙어져만 갔다 알고는 있을까 바람이 깊고도 아늑하다는 것을 소리를 읽으면 풍경이 사무치게 그리워진다는 것을 내딛는 걸음마다 점점 기억이 저물어 간다는 것을..
속이 울렁일 만큼 지난밤은 우울했다 달그림자조차 홀릴 만큼 정적과 폐허로 쓰인 밤 무턱대고 시작된 어둠은 아니었으나 그늘진 담벼락에도 물비린내 진동하던 아파트 계단에도 어둠은 이끼처럼 피어났다 당신의 자리에서 당신의 의문으로 당신의 자리는 바뀔 거예요 선이 분명하지 않은 의자에 걸터앉아 다리는 있었으나 안개로 가득 찬 강의 언저리에서 바라 본 밤 착실한 자리가 있기나 할까 어딘가 있었을까 꿈은 멋대로 흐르는 법 현실도 맛대로 읽히는 법 밤이 되면 어둠에 사로잡혀 달의 무늬처럼 읽혀지는 밤 나는 지금 어디로 흐르는가 밤 은 깊 어 눈 부 시 다
너는 노랑으로 시작해 초록이 되어가는 배경이다 노란 잎사귀에 남은 햇살 모이기 시작하면 고요했던 새벽도 이내 비워지고 콩밭 매던 뒷집 할매 이제 가고 없는 풍경 들녘에 짙게 부는 노랑에서 초록의 물결 그것은 공백에서 시작된 채움의 미학 초록은 주변과 물들기 시작해 각기 다른 색으로 번지는 특성이 있어 그늘의 이면이 드리우면 검버섯 같은 햇살의 무늬 돋아나기 시작한다 초록도 결국 노랑을 받아들일 수밖에 이것은 햇살인 것인지 지평선인 것인지 아니면 어머니의 주름인 것인지 노랑은 결국 빛바랜 사진 앨범처럼 어쩌다 보아야 아름다운 장면이 된다 초록은 노랑으로 노랑은 추억으로 번지는 계절 우리는 그렇게 점점 바깥으로 사라진다.
문득 아직 밤인 듯 아직 아침이 아닌 듯한 새벽, 눈 뜨자마자 가만히 앉아 새벽을 읽기 시작한다 온전히 고요하지 않은 새벽의 색깔은 지난 밤 얼룩처럼 물든 꿈속의 가장자리 새벽이라는 문장이 쓰이기 시작하면 나는 홀로 기이픈 창문 앞에 선다 어둠은 양옆으로 섰고 아침놀이 담쟁이 담을 따라 지난밤의 무늬로 스며들면 오로지 하늘은 어둠만으로 빛을 빚어낸다 밤이 울기 시작하면 내 맘은 이내 고요해지고 달이 빛을 발하기 시작하면 내 맘은 이내 선홍빛 머금은 노랑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차분하게 줄지어 핀 꽃송이들 바람에 흩날리지도 않고 아는 사람 없이도 빈자리 채워 올해도 제자리에 피워낸 계절의 흔적 노랑노랑 새살 피어나니 다시 쓰이기 시작한 문장으로 온 몸 설레는, 봄
벌써 꽃 다 지네 봄이 다 간 건 아니지만 사진 한 장 남기지 못한 아쉬움으로 길 위에 새겨진 꽃의 줄무덤보다 더 깊은 아쉬움이 쌓이네 부끄러움으로 점찍은 노란 영춘화 피자 온 들 온 산 봄의 색으로 파도 쳐도 그 안에 나는 없네 봄 햇살 잔뜩 머금은 벚꽃나무 아래 웃으며 있고 싶었네 옆엔 누구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네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을 손가락으로 집어내면 사랑이 이루어진다 말하며 배시시 웃어줄 이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봄은 온통 눈부시네 올 봄은 너무 빨리 왔다 갔지만 봄꽃은 피고 지고 피며 끊임없이 흩날리네 지치지 않고 눈부시네 여름이 기대되는 이유이네
얼룩이 새끼들. 밥그릇에 앞 발 포개어 놓고 먹던 녀석들이 이젠 형제들끼리 밥그릇 쟁탈전을 벌일 만큼 컸다. 그리고 이 놈들 말고도 3~4마리를 더해 평균 7~8마리가 더 찾아 온다. 그리고 늘 주는 양은 양치컵으로 1컵. 더 주고 싶어도 점점 비싸져 가는 고양이사료(원래는 대용량으로 20키로를 사서 먹였으나 이젠 값이 너무 올라 15키로로 줄였다 ㅠ)로 인한 것도 있고, 너무 많이 주면 집 쥐를 안 잡기 때문에 쥐를 방지하기 위함도 있다. 이녀석들도 이제 좀 더 자라면 독립해서 나가겠지. 정말 길냥이들은 한 순간에 사라지다 시피 한다. 마치 겨울이 되면 따뜻한 남쪽나라로 가버리는 철새들처럼. 무럭무럭 자라서 또 다른 곳으로 잘 독립해서 나가기를 바래본다. 토종 머루. 머루포도도 아니고 그야말로 진짜 머..
역시 수업을 위해 다시 오랜만에 읽어 본 시집. 시를 좋아하게 만들어 주는 시를 쓰는 류근이기에 그야말로 믿고 읽는 시집이라 할 수 있겠다. 문장도 어렵진 않고 문학적인 감응와 감동의 향연. 언제 다시 읽어 봐도 맛있는 문장은 맛있는 문장인거다. 긴말 필요 없는 정말 맛있는 시집이었다. ★ ★ ★ ★ ★
밤하늘엔 등대가 흔들렸습니다 나란히 걷는 골목에 스쳤던 생채기가 우리를 흘낏 보았구요 나는 우산을 찾아서 그대는 집을 찾아서 서로를 보듬고 왔지요 더러 그런 날이 기다리고 있지요 하늘을 생각하지 않았어요 땅을 내려다보며 옥상에서 중얼거렸죠 우린 어렸으니까요 세상은 바다였으니까요 속으로 파고드는 밀물을 모른체 했지요 마냥 울음이라고만 믿었지요 그래서 입을 다물고만 있었겠지요 마을의 개들이 간혹 서로가 감응을 해요 하나가 울면 다른 하나가 땅이 꺼져라 짖어요 우리도 함께 울었고 함께 짖었죠 우리는 결속했고 다짐처럼 각자 헤엄을 쳤습니다 그리고 날개를 달아줬습니다 사랑은 때때로 우짖는 방향으로만 기운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함향, 2022
보험 다니는 고등학교 친구를 이십 년 만에 만나 술 먹고 노래방 가서 불러 젖히고 돌아온 집 들목, 북진하는 단풍이 보인다 어인 물감이냐 차창 위 층층 너의 바지 아랫단이 얌전히 눌린 꽃잎이, 혹시 간밤 빗물에 총총 뛰놀다 떨어진 참으로 참했던 침묵이냐 빗물은 하늘을 내려빗기는 반가운 손님이란 걸 아니 잊었더냐 함향, 2022
읽고 또 읽는 맛이 있는 시집이다. 처음엔 수업을 위해 급하게 읽었더니 별로 감응이 없었는데 나중에 수업이 끝나고 시간 날 때 다시 읽어보니 하나하나가 다 맛있는 문장이었다. 별로라고 그냥 대충 읽고 말았다면 너무나 아까웠을 것 같았다. 시들도 너무 길지도 않고 그야말로 적당한 길이였고, 왼쪽엔 제목이 오른쪽엔 시 본문이 위치한 편집마저도 맘에 쏙 들었다. ★ ★ ★ ★☆
그건 정말이지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잠들도록 한 사람이 아무도 모르게 잠들 수 있도록 이마를 쓰다듬어 주는 일이야 늦은 여름 아침에 누워 새벽을 홀딱 적신 뒤에야 스르르 잠들고자 할 때 너의 소원대로 스르르 잠들 수 있게 되는 날에는 저 먼 곳에서 너는 잠깐 잊어버리고 자기의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 사람이 하나 있는데 그 한 사람이 너를 잠들게 하는 것이라는 걸 멀리서 너의 이마를 아주 오래 쓰다듬고 있다는 걸 아무래도 너는 모르는 게 좋겠지 창작과 비평, 2022
절 마당에 떨어진 꽃잎이 바람 가는 쪽으로 몰려간다 천도제 끝난 봄날이다 처마밑 틈새로 새가 들어가자 울음이 쏟아진다 생사의 길에 구르는 명랑 슬플 것도 기쁠 일도 아닌 듯 검은 소복 여인의 치맛자락에 민들레 꽃씨가 날린다 죽음은 멀리 가는 것 가서 돌아오지 않는 바람처럼 할 말은 많았지만 지금은 내안의 울음을 다독일 때 지는 꽃잎에도 눈물이 난다 천도를 건너는 그대 눈물자국만 흥건하다 가끔 사는 게 뭐냐고 물었지만 구름은 먼 산 넘어가고 하루도 저물어 서쪽엔 노을이 든다 다음에 올게요 산문을 나서는데 다음이라는 말이 기약 없이 화두처럼 따라온다 절 마당에 떨어진 꽃잎이 바람을 따라간다 달아실, 2023
고요히 앓던 어린 마음이 순하게 떠나려나보다. 분명 문제가 있었어. 혼자 돌아다니는 게 수상쩍었어. 그 눈빛이 단감, 단감 하루에 딱 한 시간 누렇게 바랜 한자 많은 옛날 책 갈피 새 누웠다 간다. 다 읽지도 못하고 이상한 마음이었어. 밤에 자꾸 나가게 하는 달리게 하는 어둠 속에서 물러가는 그건,뿌리. 아무도 안 봐. 단감, 단감 갈래갈래 갈라지는 하나의 목소리. 툭하면 굵은 가지도 부러트려주었던 억센 나무야, 착하다. 고맙다. 이제 그만 놓아줘. 단감, 단감 부서진 조각을 묻어도 부드럽고 둥근 불꽃으로 다시 자라나. 내게 올래? 나를 지켜줄래? 전부 다 잊어버릴래? 너를 쪼아먹을까? 너를 말려 먹을까? 단감, 단감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와. 오늘 나는 글자를 다 잊었어. 까악까악 울고 있어 내 뱃속엔..
월요일에 겨울비가 내렸다 딱 오늘만 내리기로 했다 남색 우산에 검정 꽃무늬 원피스 노란 우산에 네이비 도톰 원피스 땡땡이 민트 우산에 와인 니트 원피스 빗줄기를 세어보기로 했다 열밖에 외울 줄 모르는 아이처럼 현관을 나가면 사람을 잊을 수 있도록 거리에 사람들이 한 손을 흔든다 나머지 한 손에는 벗은 원피스가 월요일을 생각하고 생일로 조합한 비밀번호를 떠올리고 나는 월요일을 좋아하고, 비를 좋아한다, 그것도 월요일에 내리는 겨울비 열까지 세어보고 눈을 떠보니 현관문 뚫린 열쇠 구멍으로 꽉 들어찬 물음표가 보였다 달아실, 2023
문예부에서 연극모임인 고공모로 이어지는 스토리. 일반 고등학생에서 배우로 나아가는 모습이 옛날 청소년 영화처럼 읽혀지는 책이다. 문예부 초보였지만 문학의 밤을 통해 연극의 맛을 알게 되고 학교(입시)도 제쳐 두고 연극에 빠지는 과정이 정말 흔한 영화에서 보는 청소년 성장 이야기 같지만 이상하게도 빠져들어 읽게 되는 장점이 있다. 이렇게 끝나면 해피엔딩이 아닐 것 같아 조마조마 했지만 결국 부모님의 인정도 받고 해피엔딩으로 급 마무리 함에도 재미있게 읽혔다. 소설 ‘작품’으로 생각하고 읽으면 소설로 읽히진 않는다. 이 책은 청소년 성장 수기일 듯. 책을 읽으면 충분히 중고등 학생들에게 연극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중고등학생들에게는 잘 맞으려나...? 싶었다. 내가 읽기엔 너무 번역한 문장들이 부자연스러웠고 굉장히 90년대 청소년 성장소설 같은 문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만 보자면 뭔가 성장하고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주변을 보게 되는 것들이어서 괜찮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으나 내가 읽기엔 너무 반성만 하라는 것 같아 아쉽다는 생각만 들었다. 사물을 보고 춤을 춘다는 것과 이거 안하면 넌 감옥이야라는 어쩔 수 없이 하게 만들어 놓는 요소도 좀 아쉬웠다. 중학생이 보면 굉장히 좋을 것 같다는 추천으로 읽게 되었으나 나에게는 안 맞는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아이들에게도 이런 감성이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중학생에게는 좀 비추다. ★★☆ ☆ ☆
사진만 늘어지게 많은 사진집을 생각했다면 그것은 당신의 실수! 이것은 사진집이 아닌 에세이집이기 때문이다. 사진은 그저 거들 뿐. 멋들어진 제주 사진을 생각하며 읽다가 사진보다 글이 더 많다는 것에 놀라고, ‘너무 개인적인 이야기만 하는 거 아닌가...’하다가도 제주에서 만난 어르신들과의 대화와 구수하게 쓰이는 제주도 사투리에 절로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좀 더 깊은 제주도 이야기가 있어야 할 거 같은데’라며 읽다보면 어느새 작가의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빠져 읽게 된다. 심지어 작가의 어머니를 이야기 하는 부분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사진을 향한 작가의 갈망이 잘 묻어나는 이야기여서 더 가슴 절절하다. 그러다 보면 작가의 사진들도 처음엔 멋진 느낌이었다면 뒤로 가면 갈수록 아련함과 아픔이 묻어난다..
가볍게 시를 읽고 싶다거나, 엄청 많은 수식어가 필요한 시를 읽고 싶지 않다거나, 마음 편안해 지고 싶다거나 한다면 이 시집도 좋겠다. 신진철 시인은 정식으로 시를 공부한 적이 없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거의 매일매일 시를 한 편씩 쓴다. 무려 약 2년이 넘도록 말이다. 한 가지 분야에서 이토록 많이 쓰다보면 도가 트기 마련인데 일단 내가 볼 땐 시에 도는 튼 것 같다는 판단이 들었다. 쉬운 언어로 쓰여졌고. 일상적인 삶과 고민, 풍경이 담겼다. 그래서 일단 쉽고 재미있다. 발상도 나름 상큼해서 풋풋한 부부의 일들이 시에 잘 드러난다. 시인이 얼마나 가정적이고 부부 끼리 잘 지내는 지 시 몇 편만 읽어봐도 잘 알 수 있다. 이제까지 쓴 시가 많으니 꼭 다음 시집도 내주시길 바래본다. ★★★★☆
아스팔트 틈에서 내게 묻는 민들레 꽃 사는 게 힘들다고 쉽게 말하는데 너 진짜 힘겨워 본 적 있어? 심심한책방, 2023년
큰일났다 잠이 달아났다 새벽 세 시가 되어가는데 잠이 달아났다 어디에도 고 놈이 보이지 않는다 눈 감고 누워 기다려도 고 놈은 감감 무소식 대체 왜 그랬을까 어제 낮에 너무 한가했나 아니면 혹시 나이를 먹어 잠이 없어진 건가 설마 그럴 리가 초저녁 잠도 안 잤는데 목욕도 갔다 왔는데 저녁도 적당히 먹었는데 큰일이다 잠이 도망갔다 마루 밑 생쥐가 물고 갔나 누렁개가 낼름 먹어 치웠나 심심한책방, 2023년
오늘 점심엔 국수나 마실까 먼저 물 팔팔 끓이고 누런 국수를 살살 풀어야지 푸르륵 한 번 끓으면 찬물 반 컵 붓고 또 다시 푸르륵 끓으면 찬물 반 컵 더 붓지 국숫발이 말갛게 되면 찬물에 헹궈 식히고는 그제 남긴 깍두기 국물에 참기름 댓방울 떨궈야지 깨소금 반 숟갈 뿌리고는 맛나게 마실라네 후르륵 한 젓가락 마시면 삼분지 일이 사라지고 후르럭 또 한 젓가락에 또 삼분지 일이 줄어들테니 내 이럴 줄 알았으니 국수는 두어 줌 나마 삶아야지 오늘 점심엔 국수나 마셔야겠어 이것 저것 필요치 않고 시원한 물김치나 한 국자 붓고는 날도 점점 더워지는데 얼음이나 두어 알 얹어 놓고는 심심한책방, 2023년
나는 아프다는데 너는 바쁘다 하고 나는 털어놓고 싶은데 너는 시간 없다 하고 그래서 볼 수 없구 들을 수도 없다 하니 이게 뭐야 우리 친구라며 심심한책방, 2023년
시들어 마른 주황색 장미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정신 차리고 살아 지는 거 금방이야 서늘한 바람 불면 금방 겨울이야 심심한책방, 2023
좋은 글 쓰고 싶으면 일단 써 놓고 읽고 고치고 읽고 고치고 또 읽고 또 고치고 그러다가 맘에 들면 일단은 내겐 좋은 글 다시 남에게 읽히고 다시 고쳐서는 읽히고 고치고 읽히고 고치고 또 읽히고 또 고치고 그러다가 다른 이 맘에도 들면 비로소 자타공인 좋은 글 심심한책방, 2023년
최근에 읽은 시집 중 가장 배가 아프게 만든 시인이다. 다음 시집이 너무나도 기다려지는 시인이기도 하고 나왔다면 바로 사 읽고 싶어지는 시인이기도 하다. 원래는 예전에 한 번 읽긴 했었는데... 출판되자 마자... 이번에 수업을 위해 다시 꺼내 읽어보았다. 그리고 역시나는 역시나였다. 한 편 한편 이렇게 문장이 맛있는 시집은 흔치 않다. 보통은 시집을 엮기 위해서 몇 십편의 시를 선택하다보면 몇 편은 아쉽기 마련이거나 약간 급하게 쓴 티가 나는 시집들이 같이 묶이기 십상인데 이 책은 아쉬운 문장을 가진 시가 단 하나도 없다. 시를 공부해보고 싶은 사람에게 적극 권장하고 싶은 시집이다. 이미지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 약간 고민을 하게 만드는 시가 있긴 해도 문장 하나만 놓고 보면 완벽 그 자체다. 오랜만에 ..
간단한 생활 꿀팁(그러나 이미 다 알고 있는 것들)과 환경 관련 지식&상식에 짧은 일기와 만화가 어울러져 기후위기와 환경오염, 음식물 쓰레기 걱정, 쓰레기와 재활용 걱정들이 담긴 책이다. 간단하고 쉽게 읽히게끔 중간중간 만화가 그려져 있지만 나름 만화가 난해하다. 재미나 위트는 별로 없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한다, 무슨 뜻일지...; 그러다 갑자기 작가의 고양이(피콕) 관련 만화가 등장하고, 기후위기로 영구동토층에서 깨어난 고대 바이러스에 걸려 지구의 위기를 구해내지 못하고 죽은 슈퍼맨 이야기 까지... 한 줄 평을 하자면 알 듯 모를 듯 뒤죽박죽. ★☆☆☆☆
가끔 혼자 운다. 혼자 겪어야 할 몫을 그때 안다. 멜라니 사프카가 세상에서 제일 슬픈 일은 당신과 헤어지는 일이라네. 그래, 나도 당신과 헤어지기 싫어. 때로 이미자의 황포 돛대를 타고 서해 바다 언저리를 헤맨다. 혼자 있을 때, 슬픔을 슬픔이라 말하고, 분노를 분노라고 말한다. 절벽처럼 혼자일 때, 당신이 보인다. 천년의 시작, 2019
깊도록 걸어도 발등으로 번지는 물결무늬 바람 소리에 쓰러져 누워 그물망에 스스로 묶이는 너는 바다가 아니라 너는 바람이 아니라 흰머리 풀어헤친 흐느낌 아기 발바닥 사이로 스며드는 소금 울음 가늘게 떠도는 습자지처럼 은박 입힌 오랏줄 걸어 나올 수 없는 푸른 얼룩 시인동네, 2023
원산으로 가는 열차에 올라 혼자서 잠이 들었다 한 사람은 지키지 않을 약속을 하고 한 사람은 약속을 따르는 것처럼 원산으로 가는 열차는 가득 차고 옆자리는 비어 있었다 어디로든 이동하는 동안에는 잠이 쏟아진다 창밖에는 눈이 쏟아지는 것처럼 깨어나면 낯선 이가 옆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고 있다. 원산으로 가요 거기서 살아요 창문이 덜컹이는 방에 나란히 누워 한 사람이 천장을 가리키면 한 사람이 천장을 보는 것처럼 깨어나면 또 다른 이가 옆에 앉아 창에 기대어 졸고 있다 플랫폼에는 이불을 닮은 눈이 소복이 쌓여 있어 저기 저 열차는 바람에 흔들리는 창문 같지 이불은 차고 베개는 낮고 어느새 나타난 역무원이 호각을 불어 새들이 멀리 흩어지는 것처럼 나는 원산행 열차에 올라 잠이 들었다. 민음사, 2020
넘어져서 무릎을 다치고 난 뒤 무릎을 편애하기 시작했다 무릇 무릎이라 하면 기어서라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아픈 무릎이라도 사용하지 않으면 무르팍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불쑥 솟아난 돌의 미간 서걱거리는 잎을 달고 꼼짝 않고 서 있던 마가목 나동그라진다 나는 엎어져서 깨진 무릎을 들여다 본다 찌륵거리며 건너온다 그만 저곳으로 갔던 게 아니다 아직 마가목은 파르스름 흠칠대는 기류를 흘려보내고 있다 귀뚜라미 수염 같은 가슬가슬한 귀뚫이의 마가목 가지는 하나도 헐거워지지 않았다 흐트러지지 않았다 어떻게든 철제 난간에 저를 뻗어 걸치고 있다 무릎이 무릇 무르팍이 되기까지 콱 힘주어 일어서기까지 문학동네, 2016
점점 검정으로 번지는 저녁 노을이라도 작은 도화지에 부지런히 담아보려 애쓰는 계단 위 사람들 저녁식사는 하고들 온 건지 아님 마치고 하려는 지 괜스레 궁금하지도 않은 것이 문득 궁금하던 찰나 고양이 한 마리 운동장 한 켠에 일 보고 돌아가다 눈 마주친다 발걸음이 멈칫 걸음도 멈추고 그림 그리던 연필도 호기심에 멈칫 시간이 멈춘 듯 건너편 집 창문에 비친 구름도 숨죽은 듯 멈칫 두 눈 깜 빡 이것은 믿음의 신호 인간이 하는 고양이 말에 놀란 듯 당황한 기색이 분명한 고양이의 눈동자 어떻게 해야하나 '안녕'이라 말하지만 알아듣지 못한다는 것쯤 무척이나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역시 멈칫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건조하고 영양분 하나 없이 모든 그림자 길에 새기듯 점점 검정으로 향하는 저녁 노을아래 적..
아직 덜 폈어요 오지 마요 문학동네, 2020
★★★★★ 수업을 위해 다시 읽어 본 시집. 박정대시인의 청춘에 격렬비열도가 큰 영향을 미쳤다면 나의 청춘엔 박정대가 큰 영향을 미쳤다. 그렇다고 나는 혼자만 생각한다 ㅎ 기형도 시인의 시를 읽으며 문장을 읽는 맛을 알게 되었고, 대학 시절 시창작 교수님으로부터 알게 된 박정대로 하여금 배가 터지도록 맛있는 문장들을 읽었다. 그중 단연 압권은 이겠지만 박정대 박정대 시인의 , , 등등 솔직히 박정대 시인의 시집은 왠만하면 다 괜찮은 문장들이 많다. 가끔 배가 아파야 할때, 원고마감일이 다가올 때, 오늘 밤은 시를 안 쓰고는 못 베길 거 같을 때 꼭 읽는 시집이다. 다시금 시를 써야할 시기가 다가오므로 나는 수업을 핑계 삼아 이 시집을 다시 선택했다. 좋은 시는 못 쓸 수도 있겠지만 맛있는 문장을 담은 시..
낑깡을 얼마나 크게 한 입 베어 물어야 얼떨결에 슬픔도 삼켜질까요 그리고 어찌해야 그 슬픔은 자신이 먹혀버린 줄 모를까요 노을이 추운지 희끗희끗 몸을 떠네요 떠는 건 진심이지요 겨울이면 누구나 겪는 일이지요 생각으로는 어찌 될 수 없는 일이지요 이렇게 횡설수설하며 걷다보면 횡설수설을 들려주고 싶은 집 앞에 도착하지요 집 앞에 서니 집이 참 멀어 보입니다 진심이란, 집 안에 없고 내 안에 있기 때문이지요 집이 여전히 멉니다 진심은 없던 일이 될 수 있지만 집은 그럴 리 없어서지요 싹부터 시작된 집이 있다면 내가 원하지만 차라리 모르고 사는 게 나아요 싹부터 시작된 모든 것들은 온종일 곁에 두면 서로 멍만 드니까요 문학동네, 2020
유월의 제주 종달리에 핀 수국이 살이 찌면 그리고 밤이 오면 수국 한 알을 따서 착즙기에 넣고 즙을 짜서 마실 거예요 수국의 즙 같은 말투를 가지고 싶거든요 그러기 위해서 매일 수국을 감시합니다 나에게 바짝 다가오세요 혼자 살면서 나를 빼곡히 알게 되었어요 화가의 기질을 가지고 있더라고요 매일 큰 그림을 그리거든요 그래서 애인이 없나봐요 나의 정체는 끝이 없어요 제주에 온 많은 여행자들을 볼 때면 내 뒤에 놓인 물그릇이 자꾸 쏟아져요 이게 다 등껍질이 얇고 연약해서 그래요 그들이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사랑 같은 거 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제주에 부는 바람 때문에 깃털이 다 뽑혔어요, 발전에 끝이 없죠 매일 김포로 도망가는 상상을 해요 김포를 훔치는 상상을 해요 그렇다고 도망가진 않을 거..
한강이 없다 순식간에 끝나는 터널을 지나고 있었다 놓친 손을 빠르게 다시 잡을 때 온기가 밝아진다 영혼은 빈 유리컵에 뱉은 담배연기 알 수 없어 뒤집어놓곤 한다 바뀐 신호를 따라 인파가 나를 밀어낸다 놓칠세라 어깨를 잡는 얼굴을 바라보며 생경하다 믿어버린 녹슨 생각은 접어두고 펼치지 않았다 여기는 여기에 한가득 나를 채워두고 갈게요 올이 풀린 연기가 되어 커터칼을 뺐다가 넣다가 여전히 그을 수 없는 몸 어딘가처럼 편지도 구석부터 어두워졌다 저기는 저기에 없다 아직도 막차가 다닌다 아직은 보고싶지 않다 누구에게 말해야 할까 창비, 2023
빗길에 착 달라붙은 나뭇잎들 보면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을 맞닥뜨린 느낌이 든다 꺼낼 수 없었던 어려운 말 그렇게라도 한번 짚고 넘어가길 바란 것일 텐데 허드슨강을 툭툭 끊으며 가던 적막한 유빙들 함께 떠가던 찬 주검들 이쪽 심장이 저쪽 심장에 부딪고 있었지 그런 춥고 검은 날 조금 더 갈 수 없다는 걸 알지만 남을 수도 떠날 수도 없어서 이리저리 병을 옮기던 폐와 심장의 기근에서 흔적은 허약한 쪽에 새긴 비명들인 것을 우리 무사할 수 있을까 잘 가라앉을 수 있을까 너무 아름다워서 너무 미안해서 다른 말을 하기도 했다 젖어 선명한 모습은 제 웃음을 저 홀로 듣는 허무나 공포였을 테니 바닥에 착 붙어서 어디 닿을 곳 다시없어서 문학동네, 2020
장마가 끝난 하늘은 너무 맑아서 너무 멀리 온 것이 드러난 구름 감추어 둔 말을 들켜버린 저 한 줌의 옅은 구름 ​전하지 못한 말들을 버리지도 못하고 너무 멀리 흘러와 버렸구나 괄호 속에 혼잣말을 심고 꽃피지 못하는 말들에게 가시같은 안대를 씌워야 했구나. 차라리 폭풍의 지난밤이 견딜 만했겠다 천둥 소리로 가슴을 찢고 자진할 만했겠다 ​하지만 장마 갠 하늘에 흩어지지 못한 구름 한 점이여 숨을 데 없는 하늘에 들켜버린 마음이여 너무 넓은 고요를 흘러가다가 뒤를 돌아볼까봐 구름에게 나는 몇 마디 중얼거려본다 ​마지막 사흘을 퍼붓던 비가 그치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이토록 푸른 하늘이라면 이제는 페이지의 접혀 있던 귀를 펴야 할 때 밑줄을 긋지는 않았지만 그 문장들 아래 없는 밑줄도 이제는 지워야 할 때 문학..
삼성꺼는 이쁘게 찍히질 않는다... 낮에 찍는 꽃사진이나 식물 사진은 진짜 예쁘게 찍히는데;;
위부터 얼룩이, 노랑이, 노랑이 새끼 ㅎ 출퇴근 할 때마다 내가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아이들 ㅎㅎ 귀엽지만 솔직히 위험해서 걱정이다. 차를 무서워하지를 않아서 차 밑으로도 막 다녀서...; 매번 이벌달까지만 먹이 줘야지 하면서도 매달 길냥이 사료를 구입하고 있는 나...; 나중에 천국 간다면 얘네들 때문이겠지?? 내 인생에 유일무이한 착한일이랄까?? ㅎ
계절학교 1기 자원교사 입교 전 집에서 나오면서 본 오늘의 운수...같은 글귀 ㅎ 나름 긍정적이었다고 생각된다 ㅎㅎ 자원교사 입교일 먹었던 제천 아오바바. 계절학교의 맛있는 시작이었다 ㅎ 1기 학생 입교 첫날 하늘마루 밤 풍경 자신은 그림자시라면서도 여기저기서 열일하시는 연후쌤 ♥♥♥ 2학기에 우리반 아이들이랑 함께 오르면 좋겠다 싶었던 수산면 측백숲길. 일단 지도부터 찰칵. 발목 상태가 괜찮아져서 오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건데 ㅎㅎ 근데 지금 발목 상태가 좋질 못하다 ㅎㅎ 운동을 해야하는데 운동을 너무 못했다 ㅜ 측백숲체험센터에서 찍은 조약돌 그림들. 계절학교에서 수업으로 가져가봐도 재미있을 듯 하다. 학교 곳곳에 꾸민듯 안꾸민듯 던져놔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나중에 입학해서 내가 그린 조약돌을 ..
1 2 3 5 6 8 ... 총 6개네...;; 에휴
★★★★☆ 솔직히 다들 플래시도 망했다길래 별 기대를 안하고 봐서 그런지 나름 볼만 했다. 무엇보다 마이클 키턴의 배트맨... 진짜 개존멋~ 등장씬에서 진짜 헐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슈퍼걸은 기대 이하. TV시리즈의 슈퍼걸이 훨씬 잘하는 것 같다. 그것에 익숙해졌기 때문이겠지? ㅎ 내용은 위키 같은데서 다 언급해주는 거라 따로 말은 하지 않아도 되었겠지만... 다들 망했다길래 정말 기대도 안하고 봤는데 나름 괜찮았다는 것과 배트맨... 훠우!
★★☆☆☆ 자칭 신이라고 불릴 만큼인 빌런이었는데... 딕이 혼자서 상대할 정도면... 자칭 신은 좀 오바 아닌가...;; 역대급 빌런인가 싶었는데... 역대급 허접이었다는 게 넘나 아쉬운 결말이었다. 다음 시즌이 그래서 더 기대되지 않는. 시즌5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는데... 별로 기대는 되지 않는다.
여름은 늦고 줄기를 정리해야 하는 사람은 줄기를 정리하고 있다 여름이 늦으면 늦을수록 송이로 떨어지고 있다 송이가 한낮의 틈에 끼인다 어쩐지 조금 비켜나 있다 떨어졌어야 하는 곳에서 여름내 마르지 않고 불안과 초조와 조급함으로 지나온 계절로 돌아올 것이다 능소화 한낮의 틈새에 낀다 그대로 계절을 살아남는다 너의 기억보다 오래 너의 기억보다 큰 능소화가 창작과 비평, 2022
물의 가장자리를 걷는 사람들 ​곧 멸종되는 조개를 줍는다 ​혹은 죄악 혹은 돌과 나무조각들 ​모든 것은 제자리에 두고 탐색 작은 것들을 옮겨 담는다 ​모래를 밟고 서서 물을 바라보는 건 낡고 근사하다 첫눈에 대해 말하는 노인들 같다 계절이 시작되면 그들은 이렇게 많은 눈은 처음이라고 했다 이상하지, 오래된 사람들은 늘 처음을 말하고 ​조개 줍는 사람들 곁에 앉아 조개에 붙은 모래알을 털어냈다 해안가 침식이 심각합니다 너도나도 모래를 퍼가서요 멸종은 조개가 아니라 모래에게 도래한 것 같아요 ​저기 온갖 것을 묻힌 사람이 지나간다 지나갔다 물속에 들어갔다 나오길 반복한다 ​무릎까지 차오른 바닷물 속에 손을 넣는다 ​모래를 퍼내면 모래는 느리게 밀려간다 더 깊은 곳으로 ​평범한 것들이 마음에 닿았다 떨어지는 ..
사야한다... 나도 모르는 나의 작품론을 보기 위해 ㅎㅎ 왠지 그때 평론 해주신 것 올리신 것 같은데... 조동범이랑 같은 급이라니...; 나... 맞겠지? ㅎㅎ 김수진이란 이름의 다른 시인들이 많으니 원... 왠지 내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걱정 아닌 걱정이 ㅎㅎㅎ 아니어도 읽을꺼리는 많을 것 같다. 조동범에 황희경시인님, 박수원 선생님, 복효근까지. 중간 중간 내가 좋아하는 분들 작품론이 많이 보여 좋네. 오늘 바로 구입하자!
★★★★☆ 감동적이거나 엄청 뭔가 굉장하진 않지만 그냥저냥 시간때우긴 괜찮았음. 마법과 현재(기계문명)가 공존하는 세계관이 좀 독특하긴 했고 주인공 두 남자의 동성애 코드가 왠지 요즘이라서 괜찮은 듯 한 느낌적인 느낌. 그나저나 궁금한 것은 다른 옷이 있음에도 굳이 숨어 다닐 때 왜 눈에 띄는 갑옷을 입고 다니는 지 좀 이해는 안갔음 ㅎㅎ 분홍머리 여자아이 캐릭이 니모나인데 막판에 죽은 줄 알았으나 뿅! 하고 등장하는 것 같은 마지막 장면에 남주가 '홀리 *' 하는데 좀 웃기긴 했음 ㅎㅎ 엄청 얌전해 보이고 올바른 것만 하는 것 같은 남주인데 ㅎㅎ
메론맛이었는데... 걍 녹색맛 슬러시 ㅎ
우리 집 블루베리는 도대체 언제쯤 익으려는지 ㅎ 맛있었던 정상쌤네 블루베리~
외삼촌이 키운 밭. 농약도 안주고, 잡초제도 안 쓰시는데 이렇게 키울 수가 있다니... 진짜 믿을 수가 없어...; 양배추도 잘 자랐고 감자도 진짜 맛있고. 그나저나 감자 주신거 또 썪기전에 다 먹어야 할 텐데... ㅎ
예쁨
찍은 꽃. 이름을 찾아 봐야겠다. 예쁘다 예뻐. 여름에 화단 만들면 심고 싶어.
나름 괜찮다 ㅎ 두릅도 그려봐야겠어 ㅎ
하늘이 그림처럼 파랬던 날
여전히 이런거만 보고 있는 나 ㅎㅎ